불구.주요 장기 손상은 '형사처벌'
관광버스 운전사 김모(52)씨는 지난 4월 15일 11시 15분경 서울 중구 을지로 3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중 무단 횡단하던 재일교포 안모(40)씨를 치어 다리 절단 수술을 받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염동신)는 김씨가 버스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었지만, 요치 5개월 이상의 우측 중족골, 경골 개방성 골절상 등을 입어 우측 무릎 20cm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 업무처리지침의 중상해 기준 중 ‘사지절단으로 인한 불구’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김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교통사고특례법 4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대검찰청이 법원의 판례와 외국의 입법사례 등을 종합한 업무처리지침을 공개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생명에 대한 위험 = 뇌 또는 주요 장기에 대한 중대한 손상 ▲불구 = 사지 절단 등 신체 중요부분의 상실·중대변형 또는 시각·청각·언어·생식 기능 등 중요한 신체 기능의 영구적 상실 ▲불치나 난치의 질병 =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중증의 정신장애, 하반신 마비 등 완치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중대 질병 등을 교통사고특례법상 ‘중상해’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상해정도와 사고경위 등을 고려한 양형기준 등 구체적인 ‘중상해사건 처리기준’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처리기준에 따라 ‘중상해’로 인정된다고 판단될 경우 기소를 원칙으로 하되, 식물인간상태, 간병인의 보호 없이는 생명유지에 장애가 있는 사망에 비견될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에 준해 처리키로 한 것이다.
또한 사건처리 시 운전자와 피해자의 과실 정도, 피해자의 수와 피해정도, 상당한 피해액이 공탁됐는지 여부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특히, 중상해의 구체적인 기준 확립과 사건처리기준 보완을 위해 사건개요, 상해정도, 구형 및 선고형 등을 ‘중상해 사건 분석자료표’에 정리해 중상해 사건을 종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검찰의 기준에 비춰볼 때 관광버스 운전사인 김씨는 안씨에게 ‘사지절단 등 신체 중요부분의 상실’을 초래한데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아 불구속 기소가 불가피하다.
지난 2월 헌재의 위헌 결정이후 이날까지 검찰로부터 교통사고특례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거나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경찰로 송치된 사례는 모두 4건이다.
이달 초 광주지검은 전남 영광에서 무단 횡단 하던 여섯 살 어린이를 트럭으로 치어 전신마비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김모(6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은 종로구 연지동에서 노인을 들이받아 의식불명에 빠뜨린 택시기사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경찰에 송치했으며, 원지지검은 원주 주택가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던 노인을 치어 노인의 왼쪽 다리를 절단하게 한 덤프트럭 운전사를 불구속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염동신 부장은 지난 16일 “이들 사건은 모두 뇌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에 중대한 손상을 가한 경우에 해당돼 가해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중상해 판단, 수개월 소요 = 지금까지 검찰의 불구속 기소결정을 살펴보면, 교통사고 가해자가 교통사고특례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데는 다소간의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건처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피해자의 치료 경과에 따라 상태가 변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간 합의 여부도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은 2~3개월이 소요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광버스 운전사 김씨의 경우도 사건은 지난 4월 15일 벌어졌지만, 검찰의 불구속 기소는 2개월이 지난 6월 16일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중상해 사고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다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려 기소하지 않고 있다.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는 도중에라도 합의가 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검찰은 다만 피해자가 이 같은 점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할 경우에는 공탁금 제도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탁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소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염동신 부장은 “중상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준법의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개인택시뉴스 / 양석현) |